▲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거창 법조타운 조성사업은 총 1,725억 원(국비+군비)을 들여 성산마을 일대(20만 418㎡·6만 732평) 땅을 개발하는 국책사업과 별도사업이 합해진 복합사업이다. 해당 부지의 80%에 해당하는 땅(16만 818㎡)에 재소자 400~500명을 수용하는 구치소를 신축하고, 나머지 부지에 거창지원·거창지청·거창준법지원센터(구 보호관찰소)를 옮겨 ‘법조타운’을 만드는 사업이다.

거창 구치소 신축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지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지난 6년여 동안 거창군은 말 그대로 몸살을 앓았다. 행정과 주민 간 갈등이 극심해졌고, 의견이 다른 주민 간 다툼도 이어졌다. 이 다툼은 결국 법정에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이러한 묵은 지역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경남도가 중재에 나서 5자 협의체를 구성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아 지혜를 모은 결과,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급기야 지난 7월 9일, 거창구치소 갈등 해소를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 전의 상황은 차치하고, 주민투표로 갈등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낸 것만으로 환영할 대목이다.

이후 거창군의회가 제24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통해 ‘거창구치소 신축사업 관련 요구서 제출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을 원안 가결함에 따라 10월 16일 주민투표가 확정됐다. 이에 지난 23일부터 주민투표가 발의되어 주민투표운동이 진행 중이다.

생소한 주민투표에 따른 군민들의 혼란이 주민투표운동이 시작된 시점에서도 야기되고 있고 공직자선거운동과 주민투표 운동의 차별성을 인지하지 못한 다수의 군민들은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 ‘구치소가 어디에 들어오던 무슨 상관이냐’ 며 소극적이고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운영 현황(2017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10번의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이 중 두 건은 미투표 종결됐고 1건(서울시 무상급식 지원 범위)은 투표권자의 1/3 미만이 투표해 개표되지 못하고 무효처리 됐다.

주민투표 사례를 보면, 완주·전주 통합(2013년)이나 청주·청원 통합(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유치(2005년) 등 모두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국책사업이 결정됐다. 특히, 남해군의 경우 지난 2012년 ‘화력발전소 유치 동의서 제출’이라는 거창군과 상당히 비슷한 주민투표가 실시됐고, 주민 51.1%가 반대했다. 투표율은 53.3%였다. 결국 화력발전소 유치는 무산됐다.

이러한 결과를 비추어볼 때 거창군에서 실시하는 이번 주민투표도 향후 진행될 주민투표기간을 거치면 많은 군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거창군 발전에 대한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성사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경우의 수가 산적해 있어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33.3% 투표율을 넘겨 투표결과를 내 놓으면 그 결과를 정부(법무부)가 받아들여 사업 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투표율이 33.3%에 미달되면 투표함을 개함할 수 없고 실시된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에 따라 무효가 된다. 따라서 거창 주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주민투표에 참여해서 소중한 권리행사만 하면 된다. 또한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 역시 군민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지역주민의 알권리와 정보제공 차원에서 이미 공개된 내용들을 토대로 아직도 다수의 군민들이 헷갈려하고 궁금증을 가진 부분에 대해 첨언을 하고자 한다.

거창에 신축되는 교정시설이 교도소인지 구치소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와 교정시설 조감도 등에 따르면, 거창 구치소에는 400~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중 1/3은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구금돼 있는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 즉 아닌 ‘미결수’다. 그러나 2/3는 재판에서 최종 판결이 확정돼 그 처벌을 받고 복역하는 수형자인 ‘기결수’다.

2013년 발간된 법무부 홍보 자료, 법무부 공식 문서, 거창군계획위원회 심의 안건, 2006년 대한 건축학회 논문집 등에서도 ‘거창 교도소’라고 명시되어 있고, 교정시설 내 4개 수용동 중 3개가 기결수용인 점, 수용되는 미결수와 기결수의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교도소라고 판단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거창구치소 규모 및 공개된 조감도 등을 비추어 볼 때 거창경찰서에 있는 대용감방을 조금 확장하는 차원으로 보면 되고 교도소가 아니고 구치소라는 주장은 상당부분 왜곡되어 있다. 다만 최근 교정시설 부족으로 교도소와 구치소 기능을 같이하고 혐오시설 및 기피시설이라는 여론을 의식해 주변 환경 역시 친환경적으로 조성하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교도소 이전이 거창 발전에 저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창 교도소를 최대한 빨리 지어야 지역 경제에 유리한데, 이전을 하게 된다면 완공이 늦어져 거창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현재 기반시설을 조성해놓은 현 위치에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더 나아가 ‘거창구치소가 현 위치에 짓지 못하면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고 법원·검찰청도 결국 이전하게 된다’, ‘이전이 결정되면 대체부지에 대한 대안도 없고 구치소 신축사업이 늦어져 거창발전에 저해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굳이 반론을 제기하고자 하면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교도소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거창 구치소는 거창관내에 신축될 것이고 ‘5자협의체 합의사항’에 명시되어 있고 법원·검찰청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주장은 그자체가 허무맹랑한 거짓 뉴스다. 주민투표 결과 이전이 결정되면 이번 주민투표에서 결정하는 것은 국책사업인 거창구치소 신축사업에만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체부지 등 거창구치소 신축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 역시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를 거친 뒤 공모나 제안의 형식을 거치는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구치소를 유치해 달라는 마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우려하는 것처럼 구치소 신축사업이 그렇게 늦어질 이유도 없고 오히려 지난 6년간의 공백 기간을 감안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거창 교도소의 대체부지 걱정은 거창군과 지역주민이 아닌 법무부가 해야 할 몫이다.

특히 지난 6년 간 갈등과 반목을 겪게 된 것은 결국 독선과 불통행정의 산물이고 지역주민을 기만하고 민심을 무시한 자만이 빚어낸 결과다. 그럼에도 그동안 지역 주민과 행정 간에 갈등을 빚고 고통을 받고 있을 때는 정작 ‘강 건너 불 구경’하던 일부 단체들이 뜬금없이 나타나서 자신들이 거창의 미래를 걱정하고 거창군민의 안위를 챙기는 것처럼 생색을 내면서 거창구치소 현위치 찬성 입장을 밝히고 개선장군 노릇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주민투표는 주민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가치를 품고 있는데, 그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결과를 놓고 ‘지역 발전이 저해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이전 찬성 측과 경남도지사가 거창발전과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투표결과에 따라 실현 가능한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조차 폄훼하고 허위사실로 치부하는 것은 진정한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등 소중하고 더 큰 가치를 놓치는 어리석은 짓이다.

정녕 거창의 백년대계를 걱정하고 그동안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한다면 어렵게 성사시킨 주민투표가 거창군 발전과 군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계기가 되고 주민투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편가르기 하지 말고 이전 찬성 측과 현 위치 찬성 측 모두를 격려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관망하는 것이 군민 통합의 새로운 장을 여는데 앞장서는 품위를 지키는 일이다.

최근 6억 6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군민 혈세를 주민투표 비용으로 사용하게 된데 대한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특정 세력 때문에 예산 수억 원이 낭비됐다. 주민투표가 끝나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수년간 빚어 온 주민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현안 해결의 종지부를 찍는 주민투표지만, 수 억 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조금 더 신중해야 했던 것은 충분히 공감된다. 거창군에 어떤 게 더 이익인지, 어떤 방식이 주민의 뜻을 더 정확하게 수렴할 수 있을지 더 많은 고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는 그동안 현 위치 추진 외에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요지부동이었던 법무부가 전격적으로 이를 수용함에 따라 지금의 상황이 오게 됐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국가기관이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결과물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주민투표에 대한 비용 책임을 어느 한 측에 묻는다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 시킬 수 있고 책임의 경중을 따지기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서 지극히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군민의 대표기관인 거창군의회가 의결하고 거창군이 거창군 백년대계를 위해 발의한 민주적 절차인 만큼 이전 찬성 측과 원안 찬성 측이 중심이 되어 군민들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거창군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이 군민의 혈세가 헛되게 낭비되지 않고 그동안의 불신과 반목, 갈등과 대립을 깔끔하게 청산하고 화합과 통합의 민의를 드높이는 일일 것이다.

최근 이전 찬성 측과 원안 찬성 측이 ‘사실과 거짓’ 공방을 펼치며 논란의 핵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이 ‘공공의료원+연수원’유치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위원회(아래 더민주 지역위)가 구치소가 이전되면 현 부지에 공공병원이나 공무원연수원 LH연수원을 유치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어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도 거창을 방문해 ‘이전될 경우 적극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일수 경상남도의회 의원이 지난 4일 열린 경남도의회 제366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성호 경상남도 행정부지사에게 관련 질의를 하자 “특정한 시설이 들어간다는 계획이나 검토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변해 주민투표운동의 핫 이슈로 급부상하는 불쏘시개가 되어 급기야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불을 지폈다.

일단, 5자협의체 합의사항에 따르면 ‘경남도와 법무부는 거창구치소 관련 인센티브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합의사항을 주목해 봐야 한다. 또한 이전 찬성 측과 원안 찬성 측은 거창군 발전을 위해서 자신들의 뜻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측은 주민투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사실에 근거해서 그에 부응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경남도에서는 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인센티브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고 약속한 당사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인센티브 제공의 뜻을 밝히며 합의사항을 이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이전 찬성 측과 지난 6년 동안 일관되게 거창구치소 외곽 이전을 위해 중앙부처와 경남도당 중앙당 청와대 등에 지역민들의 의견을 전달해온 더민주 지역위가 보증하는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안 찬성 측과 법무부에서는 아직까지는 어떠한 인센티브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7월 9일 5자협의체 합의서 체결 당시 박성호 경남도행정부지사의 인센티브 관련 질문에 법무부 관계자는 구치소 주변 주차장 및 스포츠 시설과 공원 등을 개방해서 이용하도록 하는 것 외에는 추가 인센티브를 별도로 검토한 것은 없다는 답변 이후에는 어떤 추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 위치 찬성 측 역시 현재까지 법무부, 경남도 현 위치 추진 결정시 가능한 인센티브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처지에 놓여 있는 현위치 찬성 측과 최근 현위치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투표운동을 공개적으로 밝힌 단체는 오히려 이전 찬성 측과 더민주 지역위, 김경수 도지사의 인센티브 제시를 믿을 수 없는 ‘거짓 주장’이라고 깍아내리며 매도하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구치소 이전과 현 위치 추진, 주민투표 승패, 정치적 이념과 진영 논리를 떠나서 거창군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면 거창군에 공공의료원, 공무원 연수원과 공기업 연수원을 유치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그러함을 위해 함께 나서자고 하면 쌍수를 들어서 환영하고 설사 불가능할 것 같은 주장이라 하더라도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일 것이다.

이제는 어렵게 성사된 주민투표를 기점으로 거창군의 미래 희망과 군민들의 안녕을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의 발목을 잡지 말고 손목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난 6년 동안 칠흑같이 어두운 긴 터널 속에서 할퀴고 싸워왔다면 이번 주민투표를 기점으로 모든 대립과 갈등을 종식하고 화합과 상생의 아름다운 무지개가 6만 거창군민들의 미리위에 내걸리고 거창군 발전과 군민 행복을 알리는데 서로 의지하고 바로 서는데 함께하는 ‘居昌 人’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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