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거창구치소 신축 관련 지역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르는 등 선거 국면에 편성해 소강상태를 보여 왔던 거창구치소 신축공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최근 법무부로부터 거창구치소 건립 건축비 예산 집행 동의요청서가 거창군에 온 사실이 전해지면서 집중되고 있다.

이와는 상관없이 이제는 거창구치소 관련 갈등과 대립은 종식시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군민의 대표기관인 군의회의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연이은 입장 표명과 구인모 군수의 선거 공약과 취임 후에도 수차례 밝혀온 터라 년말까지는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거창군민을 분열시키고 이웃 간 갈등을 유발시켜온 거창구치소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유지되고 있으며 찬반 양측의 다툼으로 인한 대립 열기가 더욱 가열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갈등조정협의회가 주민들의 단일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투표 실시안을 법무부에 요청했고 그에 대한 법무부의 불가 입장이 전해져오자 마치 ‘이전이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프레임을 형성해 원안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는데 강한 불만을 피력하고 나선 갈등조정협의회와 현 위치 추진을 찬성하는 측 사이에 또 다른 마찰의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에 지역현안을 해결하고 갈등과 분열로 고통 받는 민심을 화합시키고 통합시켜야 할 책임 있는 직위에 있는 지역 정치인과 군정 책임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쯤 되면 주민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던 국회의원은 토론회, 공청회를 개최하거나 여론조사,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뜻을 알고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주민갈등조정협의회와 군의회와 협의해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공약을 내건 군수는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

군의회 역시 국책사업인 거창구치소 유치 과정에서 행정적 절차와 예산투입 등에 하자가 없었는지,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는지 등에 대해 면밀한 확인 절차를 이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적법하지 못한 상황이 있다면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부분의 국책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사업계획을 세워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사업설명을 하고 예상되는 민원을 해결하는데 주도적으로 나선다.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절차를 중앙정부 소관 부처에서 실시하는 것이 국책사업 추진 절차의 기본이다. 특히 국가위험시설과 혐오시설일 때는 더욱더 그렇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거창구치소 신축사업과 관련해서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등을 실시한 기억이 없다. 뿐만 아니라 거창구치소 유치를 위해 앞장선 거창군 역시 제대로 된 국책사업 유치절차를 밟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대로 거창구치소 신축사업을 추진한다면 국책사업의 추진절차를 정부가 앞장서서 위반하는 꼴이 된다는 주장이 있어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창구치소가 신축될 현 위치(성산마을)의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민원해소 방안 일환으로 거창구치소를 유치하고자하는 군정을 수립한 거창군은 2011년 3월 거창구치소 유치를 건의하며 현 위치를 추천했고 이에 법무부는 2011년 5월 ‘인접한 APT에서 조망될 뿐만 아니라 과다한 예산 소요가 예상돼 후보지로 선정하기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으로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특히 현 위치 유치를 주장하는 측의 주장과 배치되는 점도 많다. 국책사업이어서 자치단체에서는 무조건 따라야한다는 주장 또한 이치에 맞지 않다. 법조타운이라는 명칭부터 짚어보면 당초 법무부는 거창교도소 신축사업이 공식 사업명이었다는 사실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주민들의 거부감과 위화감을 염려한 거창군의 요청을 수용해 거창구치소로 사업명을 수정했고 그럼에도 거창군은 그런 사실조차 군민들에게 은폐하고 현 위치로의 이전 협의가 완료되지도 않은 법원과 검찰지청이 함께 옮겨져 법조타운이 조성된다고 군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나섰다.

당시 거창군과 소위 추진위 측은 한발더 나아가 교도소가 아니고 현재 거창경찰서에 있는 대용감방을 조금 확장하는 정도이고 법원, 검찰지청 외에도 보호관찰소, 출입국관리소 등을 한곳에 모아 타운화 하는 법조타운 조성사업이라고 설명하면서 군민을 기만하고 현 위치를 반대하는 학부모와 다수의 군민들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세력으로 내몰았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이 문제가 불거져 거창구치소 유치를 반대하는 군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학부모, 시민사회단체와 현 위치 교도소 유치를 반대하는 군민을 중심으로 한 '학교앞교도소를반대하는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구성돼 범군민 저항운동으로 급물살을 타자 거창군은 거창구치소 유치를 포기하면 법원과 검찰지청도 거창에서 구치소를 유치하는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고 인근 합천군과 함양군에서 유치를 원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트려 군민들을 혼란 속에 빠뜨렸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현 위치 거창구치소 유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거창군은 군민을 기만하고 무리한 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진실을 감춘 채 법무부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법조타운조성 군민 서명을 진행했다.

군민 50%인 3만명 정도만 구치소 유치 찬성에 서명을 하면 유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거창군과 추진위는 3만명 서명자 확보를 목표로 세워 마을 이장들을 통해 거창법조타운 유치서명에 돌입했다. 3만명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거창군은 급기야 대리서명, 사망자 서명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서명자 수를 확보해 그 자료를 법무부에 제출했고 그 후 법무부는 현 위치를 거창구치소 후보지로 선정했다.

거창구치소 후보지로 현 위치가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서명지에는 일부 범대위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이름은 물론 사망자 이름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이장들이 평소 보관하고 있던 마을 주민들의 도장을 일방적으로 날인 해 대리서명을 하는 등 서명지를 허위로 작성하는 불법을 자행한 정황을 포착한 범대위는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불법행위 혐의가 일부 있다는 수사 결과가 현재 사법당국에 송치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면 국책사업 유치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영향을 미쳤다면 그 해당 국책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오비이락’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 구치소 진입로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큰 거열산성 진입도로를 당초 계획보다 확장해서 군비를 투입해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계획이 드러나 국책사업이자 국가기피·혐오시설을 유치하는데 거창군은 인센티브를 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군민의 혈세를 국책사업에 투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자초해 군민들을 분노케 했다.

국책사업 등으로 야기될 수 있는 지역의 피해와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사업추진 이전에 실시하는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해서 지역 주민들의 민원 해소와 인센티브 요청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한 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거창군은 거창구치소 유치 관련 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물론 인센티브 제공 요구는 애당초 하지도 않았고 법무부가 해야 할 일들을 거창군이 도맡아 온 것으로 밝혀져 범군민 저항을 더욱 거세게 부추긴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당초 거창구치소 후보지 선정 논의가 진행된 지 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인센티브를 운운하는 것은 뜬금없는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이미 진행 중인 국책사업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국책사업이 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지역민들의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공사현장 점거 농성과 같이 공사 진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투쟁 없이 반대운동만 펼쳤을 뿐인데 공사 진행을 하지 못 하고 있었던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조성, 밀양송전탑 건립과 같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점거농성을 하는 주민들을 공권력을 투입해 끌어내고 공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사례를 눈여겨 볼 대목이다.

또한 현 위치 추진을 찬성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이전을 할 경우 발생하는 매몰비용과 공사 진행 과정에서의 피해보상을 거창군이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주장이다.

군정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 설명회, 공청회 등을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면민들이 반대해 공사 관련 피해가 발생하면 거창군이 해당 면에 구상금을 청구하고 해당 면에서 피해보상금을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과연 근거가 있고 이치에 맞는 주장인지 되묻고 싶다. 이전을 할 경우 대체부지 선정 역시 법무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고 법무부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거창군에서는 그에 응해주면 그만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시작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올바른 출발은 올바른 결과를 낳고 그릇된 출발은 그릇된 결과를 낳는다. 인생의 시작도 마찬가지이다. 올바른 시작은 행복의 문에 도달하고 그릇된 시작은 불행의 벼랑으로 떨어진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고 시인 괴테는 말했다. 마지막 단추를 바로 끼우기 위해서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첫 단추가 잘 못 끼어졌다면 첫 단추부터 다시 끼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지혜로운 출발, 올바른 시작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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